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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놀이터 수선/베짱이 농부의 귀농일기

때아닌 휴가.

by 베짱이농부 2010. 12. 17.

11월 말부터 근 3주 동안 휴일도 없이 도시락 싸 가지고 다니면서 매실나무 가지치기를 했다.(이제 반쭘 했다.)

중간에 비오는 날 하루 쉬었고  결혼식 있는 일요일 하루 쉬었다.

개미농부 왈, " 악덕 업주네."

그러던 개미농부가 그저께부터 감기가 들어서 오늘까지 몸져 누웠다.

신랑이 감기로 몸져 누웠으면 각시는 비상이어야 할낀데......

 

베짱이농부는 때아닌 휴가다.

'언제 저 일을 다하지?' 하며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일거리들이

놀이터에 널부러져 있어도 어쩌랴.

사람부터 살고 볼 일이지.

감기 걸리면 입맛 없으니 뭘 해줘도 젓가락을 대지 않고

김칫국만 먹고 싶다고 해서 그냥~~ 김칫국만......

입맛이 돌아올 때까지 부엌도 휴업.

놀이터도 휴업.

베짱이는 남아도는 시간을  신나게 책 읽고 있다.

읍 도서관에 가니 볼 만한 책들이 제법 있더라

이 책도 거기서 건졌다.

그래서 걍 추천한다. 읽어서 손해 안 보는 책 하나.

아, 물론 취향에 따라선 재미없을 수도 있다.

제목 : 시골에서 농사 짓지 않고 사는 법 / 지은이 : 권 산

 

 

시골에 와서 나 나름대로  당면한 문제가 둘 있는데

지렁이와 똥.

어릴적부터 이 나이까지 지렁이가 엄청 징그럽다.

지금도 놀이터에서 갑자기 발 아래 나타나면 "엄마야!" 하고 뒤로 자빠진다.

언젠가는 내 손으로 만질 정도로 사랑해야 할텐데...... 나의 미션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똥 혐오증에서 해탈한 사람이 아니다.

촌에서 농사짓다 보니 이 두 물건에 대해서 그동안 내가 가진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지더라.

'진실을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되리라.' 그런 뜻에서

지렁이와 똥에 관한 책도 이참에 읽어보자.

개미농부 고뿔 덕에 ...... ㅋㅋㅋ 

어쩟거나. 하루 빨리 일어나소.

 

 

 

예전에는, 즉 자연을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가 없을 때는 낙엽이 지고 나면 가지에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다.

새눈들은 봄 가까이 되어서 생기는 줄 알았지.(넘 무식했나?)

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생겨 있던 새눈(꽃눈도 있고 잎눈도 있다)이 겨울동안에도 조금씩 봉긋봉긋 커진다.

숨은 생명의 기운을 바라보는 느낌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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