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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놀이터 수선/베짱이 농부의 귀농일기

돌 쌓기

by 베짱이농부 2009. 9. 6.

 

자두밭에 부추를 심었다.

산 흙이라 밭 흙하곤 다르고

비가 오면 물 먹는거고 비 안오면 물 못먹고...... 

이런 환경이다 보니 부추가 가늘고 가늘게 올라와서

언제 베어서 먹을 일이 있을까 싶어서 쳐다 보는 일도 드물었는데

장마가 지나고 보니 제법 통통해졌다. 그래서 종종 쳐다봐진다.(인간의 간사함이란!)

비탈진 곳이라  비에 흙이 쓸려 내려가서 뿌리가 들어날 지경이라

돌로 축담을 쌓기로 했다.

그리 크지 않아도 돌 옮기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한두개도 아니고.

나의 이런 수고를 생각하니 유명한 다랑이논이 생각나더라.

얼마전에 티브를 통해서 본  필리핀의 라이스테라스.

우찌 그곳과 비교할 수 있으랴!

(개미농부는 기가 찮단다.ㅎㅎㅎ)

 

 

저 아래에서부터 끌고 올라온다고 낑낑거렸다.

개미농부는 부질없는 짓을 한다고 하면서.  

그래도 각시가 한다고 우기니까

어쩔 수 없이 여기까지 올려다주곤

가버렸다.

 

 

 머리속에서 구상할 때는 '이러면 되겠지' 한 생각이 막상 해보니 다르다.

무엇보다 돌모양을 잘 골라야 했다.

돌 고르는 걸 대충했더니 아귀가 안맞아서 그야말로 대충 쌓았다.

대충해서 될 일이 아니네.

경험에 의한 계산이 있어야 가능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필리핀의 라이스테라스가 다시 떠오른다.

나의 이 작은 작업를 통해 다랑이논과 그 사람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필리핀 바다트의 계단식 논.

이 사진은 어느 님의 블로그에서 복사해왔다.(감사!  꾸벅~)

 

 

 

처음으로 부추를 한 움큼 거두었다.

먹거리를 내 손으로 직접 가꾸어서 내 손안에 넣을 때까지

내가 움직여야 하는 노동( 어떤 이가 이것을 본능적인 원시노동이라고 말하더라.)이 참 기분 좋다.

이 작은 것에서 느끼는 뿌듯함이 노동(?)을 기분좋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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