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개비들을 매고 있는데
하얀 몸체에 홍점과 흑점이 선명한 땡땡이 옷을 입은 놈이 날아든다.
달개비 이파리에 앉더니 꼼짝을 않는다.
디카를 근접하여 갖다대고 찰깍거려도 미동도 않는다.
나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는 짓을 보아 나방이군.
나방은 밤에 활동하니 낮에는 비실거린다.
농장에서 처음 보는 녀석인데 이름이 배붉은흰불나방이란다.
저 멋진 옷도 생존을 위한 것일건데
백.흑.홍. 삼색의 배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질서정연한 이놈들 정체는 무얼까?
풀을 매다 보면 처음 보는 생명체들과 마주할 때가 종종 있다.
그때 디카나 핸드폰을 갖고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디카 가지려 컨테이너까지 내려갔다 와야하는 수고를 해야한다.
순간 갈등이다.
내려갔다 오려니 다리 아프고
증명사진을 포기하려니 아깝고.
야들과 다시 마주친다는 보장이 없으니
힘들어도 내려갔다 와야지.
호기심이 다리 무거운 걸 이긴다.
내가 알지 못했던 생명체들과 마주치는 것도
촌에 사는 즐거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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